AI 공부법|답을 받는 AI에서 ‘나를 시험하는 AI’로

AI에게 질문하면 답은 정말 빨리 나온다.
모르는 개념을 물어보면 설명해주고, 긴 문서를 요약해달라고 하면 몇 초 만에 정리해준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시험 범위를 입력하면 예상문제까지 만들어준다.
편리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가 점점 똑똑해지는 만큼, 나도 정말 똑똑해지고 있는 걸까?”
답을 빨리 얻는 것과 내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AI가 너무 쉽게 답을 주기 때문에, 잘못 사용하면 공부한 것 같은 착각만 남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AI를 조금 다르게 바라본다.
답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시험하는 도구로.
내가 가장 혹독하게 공부했던 한 달
이 생각의 출발점에는 노르웨이에서 받았던 S-92 교육 경험이 있다.
CAE Oslo에서 진행된 교육은 상당히 intensive했다.
미국에서 여러 항공교육을 경험했던 나에게도 방식과 분위기가 꽤 달랐다.
짧은 시간 안에 방대한 시스템을 이해해야 했고, 단순히 내용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교육이 끝나면 호텔로 돌아와 다시 공부했다.
강의 내용을 녹음하고, 파일을 정리했다.
중요한 부분은 다시 듣기 쉽게 줄여놓고 이동하거나 시간이 날 때 반복해서 들었다.
전자교범을 펼쳐놓고 시스템을 다시 확인했다.
호텔 방 벽에는 시스템과 관련된 자료를 붙여놓기도 했다.
눈을 돌리면 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약 한 시간씩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이 시스템은 왜 이렇게 작동하지?”
“그다음에는 무엇이 일어나지?”

“이 경고가 발생했다면 무엇을 확인해야 하지?”
라는 식으로 계속 머릿속에서 꺼내보려고 했다.
에뮬레이터를 이용해 실제 조작 순서도 반복했다.
당시에는 이것을 특별한 학습이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살아남기 위해 만든 공부법에 가까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중요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정보를 더 많이 집어넣는 것보다, 머릿속에 들어간 정보를 계속 꺼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공부는 ‘읽는 것’보다 ‘꺼내는 것’에서 완성된다
책을 세 번 읽었다.
강의를 두 번 들었다.
노트 정리도 했다.
그래서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묻는다.
“그러면 그 원리를 설명해보세요.”
말문이 막힌다.
나도 수없이 경험했다.
눈으로 보면 분명히 아는 내용인데 책을 덮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공부를 할수록 한 가지를 확인한다.
책을 보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꽤 냉정하다.
하지만 효과도 확실하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AI가 아주 강력한 학습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내가 문제를 만들었다. 이제 AI가 만들어줄 수 있다

S-92 교육 당시에는 내가 스스로 예상질문을 만들고 답을 생각했다.
그 방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 같은 교육을 받는다면 공부방법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전자교범이나 내가 정리한 자료를 AI에게 제공하고 이렇게 요청할 수 있다.
“이 내용을 공부해야 해. 설명부터 하지 말고 먼저 나를 시험해줘.”
그러면 AI가 질문을 한다.
내가 답한다.
틀리면 틀린 부분을 찾아낸다.
다시 질문한다.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이번에는 두 개의 개념을 섞어서 묻는다.
내가 또 답한다.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가 답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아니다.
AI가 나에게 얼마나 좋은 질문을 하게 만드느냐다.
내가 생각하는 AI 공부의 5단계
앞으로 중요한 내용을 공부한다면 나는 AI를 다음 순서로 사용할 것이다.
- 구조화
먼저 공부해야 할 전체 범위를 AI에게 구조화시킨다. 무엇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어떤 개념들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한다.
- 학습
교재와 공식 자료를 중심으로 직접 공부한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한해서 AI에게 설명을 요청한다.
- 회상
자료를 덮는다. 그리고 AI에게 질문을 시작하게 한다. 이때 답은 보여주지 말라고 요청한다.

- 평가
내가 직접 답한 뒤 AI에게 정확성, 빠진 내용, 잘못 이해한 부분을 평가하게 한다.
- 반복
틀린 내용만 다시 질문하게 하고, 익숙해지면 난이도를 높인다. 마지막에는 실제 시험이나 면접처럼 연속 질문을 받는다.
이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AI가 공부를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다.
AI가 내가 공부하도록 만든다.
“설명해줘”보다 강력했던 한 문장
AI를 공부에 사용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입력하는 문장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이것을 쉽게 설명해줘.”
물론 좋은 질문이다.
하지만 공부가 목적이라면 나는 그다음에 반드시 한 문장을 추가하고 싶다.
“이제 내가 정말 이해했는지 확인해줘.”
여기서부터 학습의 성격이 달라진다.
AI가 설명자에서 평가자로 바뀐다.
예를 들어 어떤 내용을 공부한 뒤 이렇게 요청할 수 있다.
지금부터 너는 나의 구술평가관이야.
한 번에 질문 하나만 해줘.
내가 대답하기 전에는 정답을 말하지 마.
내 답변이 부족하면 바로 정답을 알려주지 말고 추가 질문으로 스스로 찾아가게 해줘.
충분히 이해했다고 판단하면 다음 질문의 난이도를 높여줘.
마지막에는 내가 취약한 부분만 정리해줘.
이렇게 하면 대화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더 이상 AI의 답을 읽는 사람이 아니다.
대답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이것이 내가 AI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AI 기술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항상 더 똑똑한 모델, 더 빠른 모델, 더 많은 기능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개인에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기술 때문에 나는 무엇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는가?”
나는 AI가 사람 대신 생각해주는 방향보다 사람을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드는 방향에 관심이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대신 알려주는 것도 유용하지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발견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훨씬 가치가 크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좋은 선생님이나 평가관을 만나야 가능했던
일을 이제는 어느 정도 개인이 만들 수 있게 됐다.
24시간 질문할 수 있는 튜터.
몇 번을 틀려도 다시 질문하는 평가관.
내 수준에 따라 문제 난이도를 조절하는 출제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알고 있습니까?”
라고 계속 묻는 상대.
AI를 그렇게 사용할 수 있다.
단, AI를 정답지로 믿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AI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항공, 의료, 법률, 안전처럼 작은 오류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전문영역에서는 AI의 설명 자체를 최종 정답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내가 S-92를 다시 공부한다면 기준은 여전히 공식 교범과 제작사 자료다.
AI는 그 자료를 이해하고 반복학습하는 데 사용하는 학습 파트너일 뿐이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AI에게 지식을 맡기는 것과 AI를 이용해 내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만약 지금 다시 Oslo에 간다면
가끔 생각해본다.
그때 지금 수준의 AI 도구가 있었다면 어떻게 공부했을까.
강의를 듣고 호텔에 돌아온다.
그날 배운 내용을 정리한다.
AI에게 자료를 기반으로 20개의 질문을 만들게 한다.
첫 번째 질문부터 구술시험을 시작한다.
대답이 부족하면 계속 파고들게 한다.
틀린 내용은 별도로 모은다.
다음 날 아침에는 전날 틀렸던 것만 다시 묻는다.

3일 뒤에는 같은 내용을 다른 상황으로 바꿔 다시 질문한다.
주말에는 한 주 동안 배운 범위를 섞어서 종합 구술평가를 한다.
아마 상당히 피곤했을 것이다.
하지만 꽤 재미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분명히 더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지는 능력
AI가 발전하면 암기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무엇이든 AI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대일수록 무엇을 물어봐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본지식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면 AI가 틀린 답을 해도 알아차릴 수 없다.
좋은 질문을 만들 수도 없다.
결국 AI가 강력해질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도 바뀐다.
모든 것을 외우는 능력보다는,
핵심을 이해하는 능력.
정보를 연결하는 능력.
질문하는 능력.
검증하는 능력.
그리고 필요할 때 머릿속에서 지식을 꺼내 사용하는 능력.
AI는 이런 능력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아주 강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차이는 사용방법에 있다.
답을 얻는 AI에서, 나를 성장시키는 AI로
예전에는 AI에게 좋은 답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좋은 질문을 받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무언가를 공부할 때 AI에게 가장 먼저 요구할 말은 이것이 될 것 같다.
“정답을 알려주지 말고, 내가 알 수 있도록 질문해줘.”
AI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과 AI를 이용해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사람.
몇 년 뒤에는 그 차이가 꽤 커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CaptainPhil Lab에서 앞으로 직접 실험해보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새로운 AI가 나오면 기능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써보고,
공부해보고,
실패해보고,
그리고 결국 하나를 확인해보고 싶다.
이 기술이 실제로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가?
CaptainPhil Lab은 그 질문을 계속 실험해보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Make each second count.
— CaptainPh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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