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더 멀리 날면 헬기는 어디로 날까|FAA JO 7200.23E로 보는 UAS·소방·SAR 저고도 공역
드론의 임무가 BVLOS로 확장될수록 소방·SAR·HEMS 헬기와의 저고도 공역 분리는 더 어려워진다. FAA JO 7200.23E를 중심으로 현장 항공안전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 본문은 공개된 공식자료와 필자의 군·경찰·소방항공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교육 관점에서 작성했으며, 특정 기관의 비공개 SOP·전술절차·제한치를 다루지 않습니다.
드론이 많아질수록 헬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공역이 더 복잡해진다
드론이 산불을 감시하고, 실종자를 찾고, 재난현장을 촬영하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다. 센서 성능은 빠르게 좋아졌고, 열영상과 장시간 체공 능력을 활용하면 사람이 탑승한 항공기를 보내기 어려운 지역도 먼저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드론이 더 멀리, 더 오래, 더 자주 날게 되면 그 공역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헬리콥터와 어떻게 안전하게 공존할 것인가.
2026년 10월 1일 FAA는 JO 7200.23E, Processing of Unmanned Aircraft Systems Requests를 발행했다. 이 Order는 미국 영공에서 UAS 운항 신청을 처리할 때 FAA Headquarters와 Service Centers가 적용할 계획·조정·서비스 절차를 다룬다. 겉으로 보면 행정문서 같지만, 실제 의미는 더 크다. 드론 운항이 일회성 특례가 아니라 항공교통 체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운영영역이 됐다는 뜻이다.
JO 7200.23E는 “드론 허용 규정”이 아니라 공역 조정의 절차다
이 문서를 해석할 때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JO 7200.23E가 새로운 Part 108 최종규칙을 만든 것은 아니다. 2026년 현재 BVLOS 운항을 일반화하기 위한 Part 108은 제안된 규칙의 단계이며, 기존 Part 107에서는 기본적으로 조종자가 기체를 시야 내에서 유지해야 한다. 통제공역에서는 별도의 승인도 필요하다.
JO 7200.23E의 핵심은 UAS 운항신청이 들어왔을 때 공역과 ATC 체계가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고 조정할지에 있다. 즉 “드론이 날 수 있느냐”만이 아니라 “기존 항공교통과 충돌하지 않도록 누가, 어떤 절차로 조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왜 이 문서가 중요한지 보인다. 드론의 규정은 드론 조종사만의 규정이 아니다. 같은 저고도 공간을 쓰는 경찰, 소방, HEMS, 군 헬기 조종사에게도 새로운 위험환경을 의미한다.
헬리콥터가 가장 많이 쓰는 공간과 드론이 가장 많이 쓰려는 공간은 겹친다
고정익 항공기는 대부분 일정 고도 이상에서 항로를 따라 움직이지만, 헬리콥터의 강점은 낮은 고도와 특정 지점 접근이다. 산불진화는 지형을 따라 낮게 이동하고, 담수지와 화점 사이를 반복한다. SAR는 능선과 계곡을 따라 수색하고, HEMS는 현장 착륙장이나 병원 헬리패드로 접근한다. 경찰항공 역시 저고도에서 수색과 감시 임무를 수행한다.
드론 또한 같은 이유로 저고도를 선호한다. 사람과 차량, 산림, 구조물, 전력선, 화재, 재난현장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다. FAA가 Part 107 일반 운항을 400ft AGL 이하에 두는 것도 이런 저고도 운용 특성과 연결된다.
결국 드론의 숫자가 증가할수록 “드론 전용공역”과 “헬기 전용공역”이 따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두 플랫폼이 같은 0~수백 피트 공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게 된다.
예전 경찰항공에서 실종자 수색을 진행할 때는 지상경력에게 우리의 임무시간을 통보하고, 그 특정시간대에는 드론을 그라운드 해달라고 해서 공역을 확보한 후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었다.
산불현장에서 드론 한 대가 왜 소방헬기를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미국 FAA는 산불과 같은 긴급현장 위에서 무단 드론 비행을 강하게 제한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산불현장의 항공기는 이미 낮은 고도에서 고부하 임무를 수행하고 있고, 시정이 나쁘며, 연기와 지형 때문에 드론을 눈으로 발견하기 어렵다. 작은 드론이라도 로터나 윈드실드에 충돌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FAA가 오래전부터 “If You Fly, We Can’t”라는 메시지를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단 드론이 확인되면 산불진화 항공기가 임무를 중단하거나 일시적으로 지상에 대기해야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화재 확산과 지상대원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준다.
내가 산불현장에서 여러 기관의 헬기가 같은 담수지와 화점을 공유하는 Multi-Aircraft Mission을 경험했을 때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기체의 성능이 아니라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 예측할 수 있는 구조였다. 산림청, 소방, 경찰, 군 항공기가 같은 물을 뜨고 같은 화점을 향하면 회전 패턴, 진입 순서, 고도와 무전이 정리되어야 한다. 여기에 위치와 의도를 즉시 알기 어려운 소형 UAS가 끼어들면 위험은 급격히 커진다.
이는 비단, 산불현장에서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공항근처에서 무단으로 비행하는 드론이 포착되어, 항공사의 항공기들이 활주로 접근을 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홀딩하는 사례가 있었다. 무분별하고, 통제되지 않은 드론의 운용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드론을 금지하는 것과 드론을 통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산불현장에서 모든 드론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가장 단순한 방법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운용하는 UAS는 열점 탐지, 화선 확인, 야간 감시, 실종자 수색, 피해지역 지도화에 큰 가치를 제공한다. FAA도 UAS in Wildfire Response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안전기관의 드론을 안전하게 통합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질문은 “드론을 띄울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시간, 어떤 구역, 어떤 고도, 어떤 지휘체계에서 띄울 것인가”가 된다. 유인헬기가 물을 투하하는 구간에서는 UAS를 일시 중지하고, 헬기가 철수한 뒤 야간 열영상 UAS를 투입하는 식의 시간 분리가 가능하다. 또는 Air Tactical Group Supervisor와 같은 공역통제 역할 아래 특정 구역을 분리할 수도 있다.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절차다. 드론의 센서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공역에서 다른 항공기와 의도를 공유하지 못하면 안전한 항공자산이 될 수 없다.
SAR에서 드론과 헬기는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 다른 단계의 도구다
실종자 수색에서 드론은 매우 강력하다. 좁은 계곡이나 위험한 지형을 먼저 확인할 수 있고, 열영상 카메라를 이용해 넓은 지역을 반복 탐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종자를 발견한 뒤 실제로 사람을 구조하거나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여전히 헬리콥터의 역할이 크다.
경찰항공에서 실종자 수색임무를 수행할 때 최종 GPS 신호를 기준으로 산과 강, 해안 주변을 탐색했고, 경북 산속 9부능선에서 길을 잃은 70대 노인을 최초 발견해 지상팀에 좌표를 전달한 경험이 있다. 당시 임무는 “발견”이 중요한 단계였다. 지금이라면 일부 탐색구역에서 UAS가 먼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발견되는 순간 공역의 성격이 바뀐다. 소방 구조헬기가 들어오거나 호이스트가 필요해지면 UAS는 즉시 다른 위치로 이동하거나 지상에 내려야 한다. 그래서 SAR에서 필요한 것은 드론과 헬기의 우열 비교가 아니라 Search 단계와 Rescue 단계 사이의 공역 인계 절차다.
BVLOS가 일반화되면 “눈으로 피한다”는 전제가 더 약해진다
현재 Part 107의 기본은 시계 내 비행이다. 조종자 또는 visual observer가 UAS와 주변 공역을 직접 보고 다른 항공기를 피한다. 그러나 BVLOS가 확대되면 이 기본 전제가 달라진다. 기체가 수 킬로미터 밖에 있고, 조종자가 헬기를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이 늘어난다.
FAA의 Part 108 제안은 이런 환경을 전제로 detect-and-avoid, UAS Traffic Management, 서비스 제공자와 운영자 책임 등을 체계화하려는 흐름에 있다. 아직 최종규칙이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드론은 더 넓은 지역에서 더 자동화된 방식으로 운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헬리콥터 조종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드론 조종자가 나를 보고 피하겠지”가 아니다. 위치정보 공유, 비행계획, 지오펜싱, 동적 공역제한, ATC 또는 현장 공역통제 등 시스템 기반의 분리가 필요하다.
TFR과 SGI는 긴급현장에서 공역을 정리하는 중요한 도구다
FAA는 산불, 허리케인, 재난지역과 같은 긴급상황에서 Temporary Flight Restriction, TFR을 설정할 수 있다. TFR은 특정 시간과 고도, 구역에서 항공기 운항을 제한해 구조·진화 항공기의 안전을 확보한다.
공공안전기관의 UAS가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Special Governmental Interest, SGI 절차를 통해 승인받을 수 있다. FAA는 소방, SAR, 법집행, 중요 인프라 복구 등을 SGI 대상 임무로 안내한다. 이는 “드론은 무조건 금지”가 아니라, 필요한 드론은 통제된 절차 안에서 들어오게 만드는 구조다.
이 관점은 우리나라의 소방·경찰·산림 항공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현장에 UAS가 늘어날수록 단순히 무전 한 번으로 “드론 내려주세요”라고 하는 방식은 한계가 온다. 지휘체계와 공역분리 원칙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조종사가 현장에서 원하는 것은 드론의 기술사양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이다
유인헬기 조종사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작은 기체 자체보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기체”다. 속도가 느리고 크기가 작아도 위치와 의도가 불확실하면 회피계획을 세울 수 없다. 반대로 위치와 고도, 임무구역, 철수조건이 분명한 UAS는 관리 가능한 교통이 된다.
이 원리는 산불의 Multi-Aircraft Mission과 같다. 헬기가 많아도 패턴과 순서가 정해져 있으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반대로 항공기가 적어도 서로의 의도를 모르면 위험하다. 기존 글 대형산불 Multi-Aircraft Mission에서 강조했던 것도 결국 예측 가능성이다.
앞으로 소방·SAR 조직이 준비해야 할 6가지
첫째, UAS 운항구역과 유인항공기 운항구역을 임무 전부터 구분하는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 둘째, 유인헬기 진입 시 UAS가 즉시 철수하거나 안전고도로 이동하는 trigger를 명확히 해야 한다. 셋째, 드론 조종팀도 항공무전과 공역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넷째, 산불·SAR 현장지휘체계 안에 공역을 책임지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다섯째, BVLOS 운항이 증가할수록 전자적 위치공유와 detect-and-avoid 수단이 중요해진다. 여섯째, 사고나 준사고가 발생한 뒤에 규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운영이 확대되기 전에 시나리오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드론 시대에도 헬리콥터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는다
드론은 위험한 곳에 사람을 보내지 않아도 되고, 오래 체공할 수 있으며, 데이터 수집에 강하다. 헬리콥터는 사람과 장비를 운송하고, 환자를 태우고, 호이스트로 구조하며, 현장에서 직접 개입할 수 있다. 두 플랫폼은 역할이 다르다.
그래서 미래의 항공안전은 “드론 대 헬기”의 경쟁구도가 아니라 manned-unmanned teaming에 가깝다. 잘 통합되면 드론이 먼저 정보를 만들고 헬기가 필요한 순간에 들어간다. 잘못 통합되면 서로의 임무를 방해하고, 가장 위험한 순간에 유인항공기를 지상에 묶어둘 수 있다.
FAA JO 7200.23E가 보여주는 변화는 단순한 서류 절차의 변경이 아니다. UAS가 NAS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기존 유인항공과의 공역조정이 항공안전의 핵심업무가 되고 있다는 신호다.
CaptainPhil Lab에서 이 주제를 계속 볼 이유
CaptainPhil Lab에는 이미 산불진화, SAR, 호이스트, Multi-Aircraft Mission, Military Airworthiness 글이 있다. 여기에 UAS 공역을 더하면 각각의 글이 새로운 축으로 연결된다. 산불에서는 드론과 진화헬기의 공역분리, SAR에서는 수색 UAS와 구조헬기의 인계, 군항공에서는 유무인 복합체계와 규정 문제로 확장할 수 있다.
특히 현장에서 여러 기관 헬기가 동시에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관점은 단순한 드론 뉴스 요약과 다르다. 기술의 가능성만 말하는 대신, 조종사가 실제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두려워하며 어떤 정보가 있어야 안전하게 임무를 계속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글로 산불진화 헬기는 왜 위험한가, 헬기 SAR 임무의 실제, 호주 DASA로 보는 Military Airworthiness를 함께 읽으면 저고도 공역의 위험과 제도 변화가 더 입체적으로 보인다.
공식 참고자료
- FAA JO 7200.23E 공식 문서 페이지
- FAA UAS in Wildfire Response
- FAA Emergency Situations / SGI
- FAA Part 107 Airspace Authorizations
- FAA BVLOS Part 108 NPRM
Ph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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