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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92 Training at CAE Oslo|25년차 헬기 조종사가 본 글로벌 항공훈련의 기준

읽는 시간 약 24분

2026년 봄, 나는 노르웨이 CAE Oslo에서 S-92 기종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 기억에 남은 것은 S-92라는 한 기종의 지식만이 아니었다. 그곳은 고정익 조종사, 회전익 조종사, 객실승무원이 서로 다른 훈련을 받으면서도 하나의 공통 언어—표준, 절차, 안전, CRM—를 공유하는 글로벌 항공훈련의 현장이었다.

노르웨이 CAE Oslo 훈련센터 외관
노르웨이 봄 하늘 아래 도착한 CAE Oslo. 한 달의 훈련은 여기서 시작됐다.

25년 넘게 헬기를 조종했다. 군에서 여러 기종을 경험했고, 미국 육군항공학교에서 아파치 기종교육과 교관과정을 받았으며, 이후 경찰항공과 소방항공까지 서로 다른 조직의 비행문화를 경험했다. 그래서 새로운 교육기관에 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낯설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CAE Oslo의 교실에 앉아 S-92의 시스템 화면을 마주한 순간, 경력이 자동으로 새로운 기종을 이해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이미 알고 있는 항공 지식은 분명 도움이 됐지만, 그 지식이 오히려 선입견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했다.

앞서 CaptainPhil Lab에는 QR 체크인, 교관, Stick buddy, 숙소와 통근, 최종평가까지 한 달의 생활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글을 올렸다. 이번 글은 같은 경험을 다시 쓰는 후기가 아니다. CAE Oslo라는 글로벌 훈련환경에서 실제로 무엇을 배우게 되는지, S-92 같은 복잡한 대형 헬리콥터의 기종교육은 왜 단순 암기와 다른지, 그리고 경력이 많은 조종사일수록 왜 다시 학생이 되어야 하는지를 조종사의 관점에서 정리하려 한다.

CAE Oslo는 ‘헬기 교육장’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내가 머무는 동안 센터 안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계속 오갔다. 항공사 제복을 입은 고정익 조종사도 있었고, 나처럼 회전익 훈련을 받는 조종사도 있었으며, 객실승무원 훈련을 받는 사람들도 보였다. 사용하는 항공기와 훈련장비는 달랐지만, 건물 안에서 오가는 대화의 중심은 결국 항공운항과 훈련이었다.

이 인상은 단순한 개인적 느낌만은 아니다. CAE의 최근 공식 자료는 CAE Centre Oslo AS가 상업용 고정익 항공기와 헬리콥터 운용자를 대상으로 통합 훈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운영회사라고 설명한다. CAE의 객실승무원 교육자료에도 Oslo가 훈련 거점으로 포함되어 있고, 헬리콥터 훈련자료에는 S-92의 교육 위치 가운데 Oslo가 명시돼 있다.

즉 CAE Oslo를 ‘S-92 시뮬레이터가 있는 곳’이라고만 설명하면 이곳의 성격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서로 다른 항공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자격과 기종, 임무를 위해 모이고, 각기 다른 훈련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표—안전하게, 표준에 맞게, 반복 가능하게 운항하는 것—를 향하는 곳에 가깝다.

글로벌 항공교육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창하지 않았다. 다른 국적, 다른 억양, 다른 경력의 사람들이 교실과 시뮬레이터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이 일상이었다. 국제화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같은 표준으로 훈련받는 평범한 하루의 반복이었다.

왜 S-92 교육은 단순한 ‘새 헬기 공부’가 아니었나

CAE Oslo Ground School에서 교육 중인 CaptainPhil
25년 넘게 비행했지만 새로운 기종 앞에서는 다시 학생이었다.

Sikorsky S-92는 단순히 덩치가 큰 헬리콥터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작사인 Sikorsky/Lockheed Martin은 S-92가 해상 에너지 수송, 수색·구조(SAR), 국가 원수 수송, 항공의료 등 다양한 임무에 쓰이고 있으며, 2026년 기준 전 세계 300대가 넘는 기체가 260만 시간 이상의 누적 비행시간을 기록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런 항공기를 배우는 교육에서는 ‘어떤 스위치를 언제 누르는가’만 외워서는 부족하다. 정상상태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하나의 고장이 다른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 변화가 조종석 표시와 항공기 성능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 상황에서 승무원이 어떤 우선순위로 판단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

특히 다발 대형헬기의 시스템과 자동비행은 서로 연결돼 있다. 전기, 유압, 동력, 비행조종, 자동비행, 경고체계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공부하면 시험 직전에는 외울 수 있어도 실제 상황에서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 교육이 진행될수록 중요한 것은 ‘부품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가’가 아니라 ‘항공기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였다.

제가 Ground School에서 사용한 5단계 사고방식

  • 1. NORMAL — 정상상태에서는 무엇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는가?
  • 2. FAILURE — 특정 구성요소가 고장 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달라지는가?
  • 3. INDICATION — 조종사는 그 변화를 어떤 계기·경고·상태표시로 인지하는가?
  • 4. ACTION — 승무원은 무엇을 확인하고 어떤 절차를 수행하는가?
  • 5. CONSEQUENCE — 조치를 마친 뒤 성능·운항·착륙계획에는 어떤 제한이 남는가?

이 순서로 공부하면 계통도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바뀐다. 정상상태를 이해한 뒤 고장을 붙이고, 고장 뒤에 나타나는 표시와 조치를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그래서 이 항공기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Ground School의 목적은 ‘외우는 것’보다 머릿속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S-92 Ground School 교육 화면과 시스템 설명 장면
Ground School은 부품 이름을 외우는 시간이 아니라 시스템의 언어를 바꾸는 시간이었다.

초안에서도 적었듯 Ground School에서 다룬 것은 Hydraulic, Electrical, AFCS, Powerplant, Flight Control, Warning과 Advisory 같은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각각의 장을 따라가며 공부하지만, 실제 이해는 장과 장 사이를 연결할 때 시작된다.

예를 들어 유압계통을 공부할 때 유압계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행조종과 자동비행이 그 유압원에 어떻게 의존하는지 함께 생각해야 한다. 전기계통을 공부할 때도 버스 구성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전원 상실이 어떤 장비와 표시, 운항능력에 영향을 주는지를 연결해야 한다.

제가 가장 경계한 것은 ‘아는 단어가 많아서 이해한 것처럼 느끼는 상태’였다. 오랜 기간 헬기를 타면 hydraulic pump, generator, servo, AFCS 같은 단어 자체는 익숙하다. 문제는 익숙한 단어가 새로운 기종에서도 같은 논리로 작동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가정하는 순간이다.

그래서 첫날 스스로 정한 원칙이 있었다. 아는 척하지 말자. 모르면 묻고, 애매하면 다시 확인하고, 이전 기종과 다르다면 ‘왜 다른가’를 질문하자. 경력이 많은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공부 태도는 새로운 것을 빨리 아는 능력보다, 기존 경험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시뮬레이터에서는 지식이 ‘동시에 해야 하는 일’로 바뀐다

교실에서 시스템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서 시뮬레이터에서 곧바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Full Flight Simulator 안에서는 항공기를 제어하면서 절차를 수행해야 하고, 다른 승무원과 Callout을 주고받고, 자동비행모드를 감시하고, 계기접근을 관리하고, 다음 상황까지 예측해야 한다.

머리로는 알고 있던 절차도 workload가 올라가면 순서가 흔들릴 수 있다. Checklist를 찾는 동안 항공기 상태를 놓칠 수도 있고, 자동비행모드를 맞추는 데 집중하다 주변 상황인식이 좁아질 수도 있다. 이때 교육이 단순한 지식 확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좋은 시뮬레이터 교육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을 만드는 데만 목적이 있지 않다. 실수가 시작됐을 때 그것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지, 우선순위를 잃지 않는지, Crew 간에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는지, 그리고 항공기를 다시 안정된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를 반복해서 연습하게 한다.

저는 이 점에서 오랜 경력과 새로운 훈련의 관계를 다시 보게 됐다. 경력은 분명 도움이 된다. 비정상 상황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빠르게 판단하는 데 유리하다. 그러나 경력이 많다는 이유로 그 기종의 SOP와 Checklist를 건너뛸 수는 없다. 오히려 ‘예전 기종에서는 이렇게 했다’는 습관이 새 절차에 섞이지 않도록 더 의식적으로 표준화해야 했다.

IFR & Automation|자동화는 편의기능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시스템이다

S-92 FMS와 LPV 접근 절차가 표시된 조종석 패널
Automation은 workload를 줄여주지만, 모드를 잘못 이해하면 오히려 상황인식을 잃게 만든다.

S-92 교육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 가운데 하나는 자동비행과 계기절차였다. RNP와 ILS 같은 계기접근을 수행하면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autopilot을 켜두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어떤 모드가 작동하고 있는지, 다음에 어떤 모드가 들어올 것인지, 실제 항공기의 반응이 내가 기대한 것과 같은지를 계속 확인해야 했다.

자동화는 workload를 줄여준다. 하지만 조종사가 자동화의 논리를 놓치면 workload를 줄이던 시스템이 오히려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시뮬레이터 안에서 다음 질문을 계속 반복했다.

  • 지금 항공기는 어떤 모드로 비행하고 있는가?
  • 그 모드는 왜 활성화됐는가?
  • 다음 단계에서는 어떤 모드 전환을 예상해야 하는가?
  • 내가 기대한 모드와 실제 Flight Mode Annunciation이 일치하는가?
  • 예상과 다르면 즉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S-92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동화 수준이 높은 고정익과 회전익 항공기 모두에서 중요한 사고방식이다. 그래서 CAE Oslo에서 고정익 조종사와 회전익 조종사가 같은 건물에서 각자의 시뮬레이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묘한 공통점을 느꼈다. 항공기는 달라도 현대 조종사가 관리해야 할 핵심은 점점 비슷해지고 있었다. Automation, SOP, CRM, situational awareness, 그리고 정확한 communication이다.

비정상·비상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답을 빨리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비상절차를 공부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정답을 외우려 한다. 특정 경고가 나오면 어떤 항목을 수행하고, 어떤 스위치를 조작하는지 기억하려 한다. 물론 정확한 memory item과 checklist discipline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훈련에서는 그보다 앞단의 능력이 필요했다. 지금 발생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는 것, 항공기 제어를 유지하는 것, 급한 것과 덜 급한 것을 구분하는 것, 다른 승무원에게 상황을 분명히 전달하는 것, 그리고 조치 뒤에 남는 제한을 고려해 다음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시뮬레이터의 가장 큰 가치는 여기에서 나온다. 실제 항공기에서는 일부러 만들 수 없는 고장을 안전한 환경에서 경험할 수 있고, 첫 대응이 좋지 않았더라도 멈춰서 왜 그랬는지 분석한 뒤 다시 시도할 수 있다. 그래서 시뮬레이터는 단순한 ‘가짜 비행기’가 아니라 판단과 팀워크를 반복해서 압축 훈련하는 장비에 가깝다.

글로벌 훈련센터에서 영어는 과목이 아니라 ‘업무도구’였다

CAE Oslo에서 교육을 받으며 다시 느낀 것이 있다. 전문 항공교육에서 영어는 시험점수로 존재하지 않는다. 교관의 설명을 듣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고, 잘못 이해한 부분을 바로잡는 데 사용하는 업무도구다.

특히 국제훈련센터에서는 영어 억양도 하나가 아니다. 교관과 교육생의 국적이 다르고, 같은 기술용어라도 말하는 속도와 표현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려고 침묵하는 것보다, 이해가 안 됐을 때 다시 묻고 자신의 이해를 확인하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저 역시 미국에서 여러 항공교육을 영어로 받았고 교관과정까지 경험했지만, 노르웨이에서 다시 느꼈다.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모호하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에 더 가깝다.

조종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영어를 일찍 시작하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어는 취업시험의 한 과목이 아니라, 자신의 항공 커리어가 국경을 넘어갈 수 있게 만드는 도구다.

호텔 방 벽이 두 번째 Ground School이 됐다

교육이 끝나면 숙소로 돌아왔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날 배운 내용을 그날 정리하지 않으면 다음 날 새로운 내용이 쌓이면서 금방 밀릴 것 같았다.

그래서 호텔 방 벽에 계통도를 붙였다. Hydraulics, Electrical, AFCS, Main Gearbox. 아침에 눈을 뜨면 보이고, 저녁에 책상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위치였다. 처음에는 복잡한 선과 박스였지만 계속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계통의 흐름이 하나의 지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제가 가장 효과를 본 방법은 읽기보다 설명하기였다. 책을 덮고 혼자 입으로 설명해봤다. ‘정상상태는 이렇고, 여기서 이것이 고장 나면 이 부분이 바뀌고, 조종석에서는 이렇게 보이며, 그다음에는 이런 판단이 필요하다.’ 중간에 막히면 그 부분이 제가 실제로 모르는 부분이었다.

이 방식은 나중에 CaptainPhil Lab에서 정리한 성인 학습법과 AI 공부법의 출발점이 됐다. 오래 보는 공부보다, 기억에서 꺼내고(recall), 설명하고, 틀린 부분을 확인하고, 다시 적용하는 공부가 훨씬 냉정하지만 효과적이었다.

AI는 사용했지만, S-92의 정답을 AI에게 맡기지는 않았다

저는 학습과정에서 AI도 활용했다. 그날 배운 내용을 질문으로 바꾸거나, 예상문제를 만들거나, 제가 설명한 내용에서 빠진 개념을 찾는 용도로 사용했다.

하지만 항공기 시스템의 최종 기준은 언제나 공식 교재와 매뉴얼이었다. 특히 Limitations, Emergency Procedure, 수치, 조건, 시스템 로직처럼 작은 오류도 실제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은 생성형 AI의 기억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식은 단순하다. 공식 자료가 ‘정답지’이고, AI는 그 정답지를 공부하기 위해 나를 질문하고 반복시키는 튜터다. AI에게 항공기를 가르쳐달라고 맡기는 것과, 공식자료를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AI로 검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이 원칙은 항공뿐 아니라 의료, 법률, 안전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AI는 학습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권위 있는 원자료를 대체하지 않는다.

25년 경력이 새 기종교육에서 실제로 도움이 된 것, 그리고 방해가 된 것

도움이 된 것

  • 시스템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비교적 빨리 찾아낼 수 있었다.
  • 비정상 상황을 단순 절차가 아니라 실제 운항의 결과와 연결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 CRM, workload management, 안정된 접근, missed approach 같은 개념을 과거 경험과 연결할 수 있었다.
  • 교관의 질문 의도를 비교적 빨리 파악하고, 왜 그런 절차가 필요한지 이해하는 속도가 빨랐다.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었던 것

  • 이전 기종에서 몸에 밴 습관이 새로운 SOP에 섞일 수 있었다.
  • 익숙한 용어를 보고 ‘이미 아는 내용’이라고 착각할 수 있었다.
  • 경력이 있으니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압박이 생길 수 있었다.
  • 모르는 것을 바로 인정하고 질문하는 일이 초보자보다 오히려 어색해질 수 있었다.

결국 경력은 공부를 면제해주는 자격증이 아니었다. 경력의 진짜 가치는 새로운 지식을 과거의 경험과 빠르게 연결하되, 과거의 경험이 새로운 절차를 덮어쓰지 않도록 스스로 통제하는 데 있었다.

CAE Oslo에서 느낀 ‘글로벌 항공훈련의 기준’ 6가지

  • 표준화(Standardization): 개인의 비행스타일보다 공통 SOP와 절차를 우선한다.
  • 반복 가능성(Repeatability): 한 번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기준으로 계속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 CRM: 기술적인 조종능력과 Crew communication을 분리해서 보지 않는다.
  • Automation Management: 자동화를 사용하는 능력만큼 자동화를 감시하고 의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 Instructor Feedback: 애매하게 아는 부분을 그냥 통과시키지 않고 설명하게 하며 이해수준을 확인한다.
  • Learning Humility: 경력과 직책보다 해당 기종의 공식 기준과 실제 수행능력이 우선한다.

이 여섯 가지는 특별히 CAE만의 독점적 개념이라기보다 현대 항공훈련 전반이 지향하는 핵심에 가깝다. 다만 서로 다른 국적과 경력을 가진 교육생들이 오가는 환경에서는 왜 표준화가 중요한지가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공통된 표준이 없다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Crew가 같은 항공기를 안전하게 운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가 다시 CAE Oslo S-92 교육을 간다면 출국 전에 이렇게 준비하겠습니다

  • 1. Technical English — 시스템과 비상절차를 영어로 설명하는 연습을 한다.
  • 2. Basic System Refresh — 전기·유압·turbine engine·AFCS 같은 기본개념을 미리 복습한다.
  • 3. Limitations & Memory Items — 제공받을 수 있는 공식 사전자료 범위에서 우선순위를 세운다.
  • 4. IFR Procedure Refresh — RNP, ILS, missed approach, mode awareness를 다시 정리한다.
  • 5. Study System — 노트, 태블릿, 녹음·복습 방식, 파일명 규칙을 출국 전에 정한다.
  • 6. Ask Early — 모르는 부분은 교육 후반까지 끌고 가지 않고 그날 바로 질문한다.
  • 7. Protect Sleep — 장시간 학습에서 수면은 공부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의 performance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본다.
  • 8. Official Source First — AI·인터넷·동료 설명보다 공식 교육자료와 교관의 기준을 먼저 둔다.

여기에 하나를 더 붙인다면 ‘여백을 남겨두라’고 말하고 싶다. 해외교육을 가면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고 싶고, 주말마다 여행도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intensive한 기종교육에서는 아무 일정도 없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여백이 복습시간이 되고, 체력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고, 다음 주 훈련을 버티는 힘이 된다.

저 역시 노르웨이에 한 달이나 있었지만 관광보다 교육과 복습에 훨씬 많은 시간을 썼다. 지금 돌아보면 아쉽기보다 그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곳에 간 이유는 여행자가 아니라 조종사로 돌아오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고정익·회전익·객실승무원이 같은 곳에서 훈련받는 이유를 생각했다

CAE Oslo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서로 전혀 다른 직무의 사람들이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점이었다. 고정익 조종사와 헬기 조종사는 조종하는 항공기부터 다르고, 객실승무원은 역할 자체가 다르다.

하지만 비상상황에서 보면 이 직무들은 다시 연결된다. 조종실의 판단, 객실의 대응, 표준절차, 커뮤니케이션, 시간 압박 아래에서의 인간행동이 하나의 안전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항공안전은 한 사람의 조종실력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품질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훈련센터 자체가 보여주는 듯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국적이 달라도 전문성의 기준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모르는 것을 확인하고, 절차를 따르고, 상대에게 명확히 말하고, 실수하면 분석하고, 다시 수행한다. 결국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통하는 전문성은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이런 기본을 얼마나 일관되게 반복하는가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 글이 해외 조종사에게도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S-92는 한국 안에서만 운용되는 기종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offshore energy, SAR, Head of State, air ambulance와 같은 임무에 사용되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CAE 역시 여러 국가의 조종사와 항공사를 상대하는 글로벌 훈련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CAE Oslo에서의 실제 훈련경험은 한국 조종사만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기종교육을 앞둔 조종사, 경력 중간에 다시 공부해야 하는 사람, 영어로 technical training을 받아야 하는 조종사라면 국적과 관계없이 비슷한 고민을 한다.

글로벌 독자를 위한 영문판 글은 추가로 발행해 볼 예정이다.

결국 한 달 동안 다시 배운 것은 S-92만이 아니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올 때 머릿속에는 분명 S-92의 시스템과 절차가 훨씬 많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더 오래 남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경력이 쌓인다는 것은 더 이상 학생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엇을 모르는지 빨리 찾아내고, 기존 경험을 내려놓아야 할 순간을 알고, 새로운 표준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는 뜻에 가까웠다.

CAE Oslo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군·경찰·소방을 거쳐 온 헬기 조종사이면서 동시에 한 명의 학생이었다. 옆 교실과 복도 그리고 시뮬레이터에서는 또 다른 나라의 고정익 조종사와 회전익 조종사, 객실승무원이 각자의 다음 비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항공기는 달랐지만 결국 우리가 연습하는 것은 비슷했다.

정확하게 알고, 표준대로 수행하고, 서로 명확히 말하고, 예상과 다를 때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

새로운 기종은 내 과거 경력을 존중해주지 않는다. 정확하게 배우고 반복한 만큼만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또 다른 항공기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다시 학생이 될 것이다.

노르웨이 국기와 CAE 깃발
CAE Oslo는 한 명의 조종사 경험을 넘어 글로벌 항공훈련 생태계를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Make each second count.

— CaptainPhil

글쓴이 CaptainPhil

25년 이상 회전익 항공 분야에서 근무한 헬기 조종사입니다. 군 항공에서 조종·교관·안전·작전 경험을 쌓았고, 이후 경찰항공과 소방항공에서 근무했습니다. 미국 육군항공학교와 CAE Oslo 등 해외 항공교육을 직접 경험했으며, CaptainPhil Lab에서는 조종사 커리어, 항공교육, 영어, AI 학습법과 실제 현장 경험을 기록합니다.

※ 이 글은 2026년 4~5월 CAE Oslo에서 직접 교육받은 개인 경험과 공개된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구체적인 syllabus, 시험문항, 제한된 교육자료, 회사 내부자료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Q. CAE Oslo에서는 어떤 항공교육을 하나요?

A. CAE 공식 자료상 Oslo는 상업용 고정익 항공기와 헬리콥터 운용자를 위한 통합 훈련을 제공하며, 객실승무원 교육 거점으로도 안내됩니다. 세부 기종과 과정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최신 CAE 공식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Q. CAE Oslo에서 Sikorsky S-92 훈련을 받을 수 있나요?

A. CAE의 헬리콥터 훈련자료는 S-92 훈련 위치 가운데 Oslo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실제 과정명, 일정, 승인당국, 교육시간은 고객과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경력이 많은 헬기 조종사도 새 기종교육이 어려운가요?

A. 기존 경험은 시스템 이해와 상황판단에 도움이 되지만, 이전 기종의 습관이 새로운 SOP에 섞일 수 있습니다. 경력이 많을수록 공식 절차를 기준으로 다시 표준화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Q. S-92 시뮬레이터 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A. 단순 조종기술뿐 아니라 시스템 이해, Checklist, CRM, automation mode awareness, 계기비행, 비정상·비상상황에서의 우선순위와 recovery 능력을 통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해외 항공교육 전에 영어는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나요?

A. 점수보다 기술내용을 듣고 질문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수 있는 operational English가 중요합니다. 시스템과 비상절차를 영어로 설명하는 연습이 실제 훈련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Ph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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