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 조종사 61%가 위험을 겪었다|ATSB 설문이 드러낸 보고문화와 항공안전의 빈틈
ATSB의 2026년 항공 산불진화 조종사 설문에서 나타난 사고 경험과 보고의 차이, 낮은 피드백 신뢰를 해설합니다. 군·경찰·소방항공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보고문화와 다수항공기 임무관리의 교훈을 정리했습니다.

자료 기준: 2026년 10월 21일 공개된 호주 ATSB 항공 산불진화 안전문화 조사 AS-2021-015b(Part B). 본문은 공개 설문 결과와 필자의 군·경찰·소방항공 경험에 기초한 해설이며, 한국의 특정 기관에 동일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단정하는 글이 아닙니다. 설문 결과를 전체 산불진화 조종사의 사고율로 일반화하지 않습니다.
헬리콥터가 위험에 처했던 순간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위험이 다음 비행에 아무런 교훈도 남기지 못하는 상황일지 모릅니다. 산불 현장에 투입된 조종사는 연기, 산악풍, 송전선, 다른 항공기, 촉박한 화재진압 요구를 한꺼번에 상대합니다. 그런데 어떤 위험이 있었는지 말해도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면, 위험보고는 점점 형식적인 일이 될 수 있습니다.
2026년 10월 21일 호주 교통안전국 ATSB가 공개한 조사는 바로 그 문제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제목에는 61%와 35%라는 수치가 등장하지만, 이 수치를 단순히 ‘사고 100건 중 65건을 은폐했다’는 식으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위험을 발견하는 사람, 위험을 보고받는 사람, 위험을 실제로 줄이는 사람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어 있는가?
왜 하필 호주 산불인가|한국의 소방헬기 조종사가 호주를 연구해야 할 이유
한국 독자에게 호주 산불 이야기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호주는 산불을 계절적 자연재난으로 경험해온 대표 국가이며, 공중진화 항공기를 전국적으로 계약·배치하고 소방기관과 민간 항공사가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을 운용한다. 한국에서는 산림청·소방청·지방자치단체·군·경찰의 항공자산이 함께 출동한다. 구조와 소속은 다르지만 다수 기관의 항공기를 어떻게 배분하고 서로 다른 조종사에게 어떤 수준의 안전보고 문화를 형성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공통이다.
더욱이 ATSB는 2026년 10월 21일이라는 최근 날짜에 산불진화 항공조직을 대상으로 대규모 안전문화 조사 Part B를 공개했다. 단순한 과거 대형화재가 아니라 현재에도 축적 중인 공식 안전연구라는 점에서 오늘의 분석에 직접적인 의미가 있다. 아래 통계는 서로 다른 기관의 연도·집계범위가 다르므로 ‘규모 비교를 위한 맥락’으로 읽고 같은 지표인 것처럼 순위를 매겨서는 안 된다.
호주 산불은 얼마나 큰 재난이었나|2019~2020 Black Summer
호주 정부 Australian Public Service Commission은 이른바 Black Summer에서 33명 사망, 주택 3,000채 이상 파괴, 1,700만 헥타르 이상 소실이라는 피해를 소개한다. 단순히 숲이 넓게 탔다는 의미를 넘어, 연기와 대피·농업·관광·지역사회 회복문제가 동시에 벌어진 재난이다. 한국 산불과 지형·기상 조건은 다르지만 한 번의 장기 산불이 여러 주·기관에 걸쳐 대응체계를 시험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는 2019~20년의 역사적 초대형 산불 시즌 통계로, 2025~26년의 항공기 대수와 같은 기간을 나타내지 않는다. 피해면적의 범위도 산림뿐 아니라 기타 토지 유형을 포함할 수 있다. 출처: 호주 정부 Black Summer 정리.
호주의 진화항공기는 몇 대인가|175대와 500대는 모두 맞는 숫자다
ATSB 최신 공식조사는 호주 전체에서 150여 항공사업자가 제공하는 500대 이상의 항공기를 산불진화 임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중 NAFC가 주·준주 정부를 대신해 2025~26시즌 계약한 항공기 175대의 구성을 살펴보면 헬리콥터는 대형 18대, 중·소형 71대, 합계 89대다. 나머지는 대형 공중급유기(LAT) 7대, 일반 산불진화 고정익 60대, 정찰 15대, 전문 정보수집 4대다.
| 호주 항공전력 지표 | 확인된 규모 | 뜻과 주의사항 |
|---|---|---|
| NAFC 2025~26 시즌 계약 | 175대 | 전국 모든 항공기 아님 |
| NAFC 계약 중 헬기 | 89대 | 대형 18, 중·소형 71 |
| NAFC 계약 중 고정익 | 86대 | LAT 7, 화재진압 60, 정찰 15, 정보수집 4 |
| 호주 산불항공 가용자산 추정 | 500대 이상 | CWN·주정부 자체/임차 자산 포함, 중복 주의 |
NAFC의 175대는 어느 날 동시에 한 화재현장에 모여 있는 실시간 출동대수가 아니다. 500대 이상이라는 수치는 가용 자산의 국가적 범위를 뜻하며, 승무원 교대·정비·배치 지역 및 실제 계약상태가 다를 수 있다. 2026~27시즌의 배치상황은 NAFC의 현재 National Fleet에서 지속 확인해야 한다.
출처: ATSB AS-2021-015b 최신 Fleet 표.
인력은 몇 명이 움직이나|항공기 175대와 조종사 149명은 같은 지표가 아니다
ATSB 설문에 응답한 149명은 호주의 산불진화 항공 조종사 총원이나 NAFC 계약조종사 정원이 아니다. 표본설문 참여자 수일 뿐이다. NAFC가 계약한 사업자 수도 30여 곳이고 전국 가용 항공사업자는 150여 곳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별도 확인 없이 조종사 총원을 계산하면 통계 오류가 된다.
지상 대응 규모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로, 뉴사우스웨일스(NSW) Rural Fire Service의 공식 현황에는 자원봉사자 69,624명, 직원 1,333명, 소방여단 1,999개가 나온다. 이것은 NSW 한 주의 조직 규모이지 호주 전체 상근 산불진화 인력도, 모든 인원이 동시에 투입되는 출동규모도 아니다. 지역별 자원봉사·상근인력·민간 항공사업자 체계를 분리해야 한다.
출처: NSW RFS Fast Facts.
미국·캐나다·한국도 산불이 많은가|서로 다른 연도·집계범위를 구분한 국가별 표
| 국가/기간 | 산불 건수 | 피해·소실 면적 | 공식 통계 주의사항 |
|---|---|---|---|
| 미국 2025년 | 77,850건 | 5,131,474 acres, 약 208만 ha | NIFC 전국 연말집계 |
| 캐나다 2025년 | 5,997건 | 약 830만 ha | Public Safety Canada의 2025년 시즌 요약; 다른 데이터베이스와 수치 차이 있음 |
| 대한민국 2025년 | 459건 | 약 104,191 ha | 국회예산정책처 2026년 자료의 2025년 통계 인용 |
| 호주 2019~20 Black Summer | 동일 기준 전국 건수 미제시 | 1,700만 ha 이상 | 역사적 대형산불 시즌, 다른 세 나라의 2025년과 직접 순위 비교 금지 |
면적 단위도 미국은 acres이고 다른 나라들은 ha인 경우가 흔하다. 위 미국 면적은 1 acre=0.404686ha로 환산한 근삿값이다. 캐나다의 경우 Public Safety Canada의 ‘약 830만 ha·5,997건’ 외에 Natural Resources Canada의 국가 산불 DB는 2025년 약 842.7만 ha·6,199건으로 집계한다. 최종 입력·정의·집계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어 하나의 숫자를 유일한 정답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출처: 미국 NIFC 연도별 통계 · 캐나다 정부 2025년 산불 · 캐나다 국가 산불 데이터베이스 · 국회예산정책처 2026 대한민국 재정(산불 통계).
나라별 항공대응 전력과 인력을 왜 단순 순위로 매길 수 없을까
미국의 NIFC는 연간 항공자산 동원 횟수를 통계로 제공한다. 2025년 연례보고서의 Type 1 Helicopter mobilizations 263, Type 2 Helicopter mobilizations 100은 보유 헬기 363대가 아니라 이동·동원 통계다. 따라서 호주 NAFC 계약 175대와 직접 비교하면 잘못된 결론을 낳는다. 미국은 연방·주·지방·부족정부 및 민간계약 체계, 캐나다는 주·준주 간 자원공유와 CIFFC의 상호지원 체계로 운영된다. 전국 총 항공기·승무원 재고를 한 시점에 동일한 정의로 공개한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임의의 숫자를 넣지 않는다.
한국 산림청의 2026년 공식 설명자료는 산불 대응에 활용되는 헬기 규모를 325대로 밝히고 세부 기관별로 산림청 48대, 지자체 임차 86대, 소방 35대, 군 143대, 경찰 12대, 국립공원 1대를 제시한다. 또한 산림재난대응단 9,272명, 산불특수진화대 591명, 공중진화대 104명을 명시한다. 다만 같은 자료의 문장에 ‘9천 2백여 명 산불예방진화대’라는 표현도 등장하므로 종류별 인력과 전체 조직 인원을 중복 합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산림청 「2026년 산불 제대로 알기」 46쪽.
핵심은 숫자의 많고 적음보다 출동 가능한 시점과 지역, 가용 조종사의 자격·피로, 운용 가능한 항공기 상태, 다수 항공기 간 공역과 임무통제, 위험보고 피드백의 완성도다. 나라별 제도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항공기 숫자보다 시스템의 안전관리 역량이 임무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항공전력이 많아지면 왜 ATSB의 보고문화 문제가 더 중요해질까
다수 항공기 운항에서는 한 조종사가 발견한 산악풍·연기·송전선·담수지 접근 위험을 다른 조종사가 모른 채 반복 비행할 수 있다. 조종사 간 보고와 임무기관의 재전파가 단절된다면 항공기 수를 늘렸다는 사실만으로 안전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다. 산불 현장에서는 출동 판단·임무 브리핑·관제와 분리·기상변화·비상착륙 여유·사후 디브리핑을 모두 연결해야 한다.
필자는 군의 비행안전·교관 업무를 거쳐 경찰 SAR와 소방항공 H225 Belly Tank 임무를 경험하면서 현장에서는 작은 정보가 승무원의 다음 판단을 바꾼다는 점을 중시하게 됐다. 이 문장은 국내 특정 기관의 미보고 실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연구를 읽는 조종사의 관점이다. 호주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한국보다 산불이 더 심해서만이 아니다. 호주가 실제 규모가 큰 항공전력과 다기관 운용에서 발견한 안전조직의 질문을, 한국 공공항공의 교육과 토론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10월 21일, ATSB는 무엇을 발표했나
ATSB는 호주 항공 산불진화 안전에 관한 다단계 연구 AS-2021-015 중 Part B: Analysis of aerial firefighting pilots’ survey responses regarding aviation safety를 공개했습니다. National Aerial Firefighting Centre(NAFC)에 등록된 조종사 149명의 설문을 바탕으로 임무배정(Tasking), 통신(Communication), 보고문화(Reporting Culture), 안전문화(Safety Culture) 네 분야를 분석했습니다. 이 설문에 헬리콥터와 고정익 운용이 함께 포함돼 있다는 점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Part B는 응답자의 인식과 경험을 분석한 설문 결과입니다. 원인과 대책을 확정하는 종합 최종보고서는 아닙니다. Part A는 2026년 5월 공개됐고, 사고통계에 관한 별도 분석 및 통합 연구가 뒤따를 예정입니다. 공식 연구는 연구가 끝나는 날까지 업데이트 여부를 추적해야 합니다.
61% 경험, 35% 보고|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 질문 | 응답 | 읽을 때 주의할 점 |
|---|---|---|
| 2017~2022년 사고·준사고를 경험했는가 | 91명, 61% | 해당 문항 응답자 약 148명 기준 |
| 같은 기간 사고·준사고를 보고했는가 | 52명, 35% | 각 개인의 보고 여부, 사건 건수 아님 |
| 보고 후 피드백·신속한 해결·긍정적 개선을 경험했는가 | 각 문항 긍정 응답 최대 약 25% | 해당 문항 응답자 기준, 만족도 성격 |
| 보고를 단념하도록 만류받지 않았는가 | 82% | 모든 조종사가 보고하기 편안했다는 뜻은 아님 |
이 통계에는 서로 다른 분모와 질문이 존재합니다. 61%-35%=26%를 미보고 사고의 정확한 비율로 계산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부정확합니다. 모든 응답자가 동일한 건수의 사고를 경험한 것도 아니고, 보고 경로 역시 다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연구의 핵심은 ‘안전사건을 경험했다고 답한 조종사 수와 보고했다고 답한 수 사이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간극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모든 조종사가 조직적 압박을 받았다고 해석하는 것도 과장입니다. 사고보고를 만류받지 않았다는 응답이 82%였습니다. 동시에 보고의 불이익에 대한 우려, 피드백 부족, 개선조치에 대한 낮은 신뢰를 표명한 응답도 있었습니다. 조직이 대놓고 보고를 막지 않는 것과, 보고가 안전개선으로 연결된다고 신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왜 산불진화에서 보고문화가 특히 중요한가
일반적인 교통수단과 달리 산불진화 항공은 현장이 매시간 달라집니다. 헬기와 고정익이 함께 들어오는 공역에는 연기와 산악풍이 있고, 기체마다 운항방식과 성능이 다릅니다. 이 위험은 한 조종사의 기술만으로 모두 제거할 수 없습니다. 항공기 간 고도 분리, 임무지시의 우선순위, 위험지역과 장애물 정보, 작업 중인 지상대원과의 협조가 연결돼야 합니다.
ATSB 응답자들이 가장 크게 꼽은 위험도 단순한 기계 고장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악기상과 환경, 공중충돌 위험, 의사소통, 조종사 경험·훈련·최근경험 부족, 소방기관의 안전문화가 상위 항목에 포함됐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개별 조종사의 기량을 벗어난 문제들이 나란히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대형산불 Multi-Aircraft Mission 글에서 여러 항공기의 동시 운용과 CRM을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그렇게 발견한 위험을 조직이 어떻게 학습하는지를 다룹니다.
비행 중단 결정을 누가 이해하고 존중하는가
ATSB 자료에서 안전 우려로 임무를 거절했던 경험에 관한 응답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거절 사유는 주로 바람·난기류·시정 등 기상과 관련됐습니다. 대부분은 거절 뒤 별도의 압박이 없었다고 답했지만, 일부 응답자는 임무 배정기관의 재요청이나 압박을 경험했다고 서술했습니다. 이 응답을 특정 기관 전체의 행동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항공안전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임무 거절을 전문적 판단의 실패로 오인하지 않는 조직문화입니다. 조종사는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험을 평가하고 허용범위 안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환자 이송이나 산불 진화처럼 공익성이 높은 임무일수록 ‘해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커질 수 있지만, 그것이 승인된 제한과 안전여유를 무시해도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고를 받는 기관과 운항하는 기관이 다르면
항공 산불진화는 운항사, 임무지시기관, 현장 항공통제, 정비조직이 서로 다른 조직인 경우가 있습니다. 조종사가 운항사에 이상을 알렸다고 해서 현장 배정기관과 다른 항공기 승무원들이 그 위험을 즉시 알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현장 지휘부가 장애물이나 기상 변화 정보를 얻어도 이 내용이 다음 출동조나 교대 승무원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의 보고로 끝나지 않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위험 인지 → 적정한 보고 채널 식별 → 위험의 공통분류 → 우선순위 평가 → 조치 책임자 지정 → 변경된 절차·브리핑 전파 → 조치 효과 확인으로 이어지는 폐쇄형 안전정보 순환(closed-loop safety feedback)이 그것입니다. 구체적인 보고 경로는 기관마다 다르므로 이 글은 국내 어느 조직의 실제 내부 체계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H225 Belly Tank 산불진화 경험으로 보는 ‘보고 이후’
필자는 군 조종사와 교관·안전관련 임무를 수행한 뒤 경찰항공과 소방항공으로 현장을 옮겨 왔습니다. 소방항공에서는 H225 Belly Tank를 이용한 산불진화 임무도 경험했습니다. 실제 산불 현장은 비행교범에 있는 성능표와 항공기의 성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바람과 연기가 변하고, 물을 싣는 중량이 변하고, 임무지역에는 다른 항공기가 있으며, 운항시간이 쌓일수록 피로관리도 중요해집니다.
이 경험으로부터 전하고 싶은 문제의식은 특정 사고를 재현한 이야기나 내부 보고서의 공개가 아닙니다. 오늘 브리핑에서 공유한 위험이 내일 다른 승무원의 브리핑에도 남아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경험 많은 조종사의 기억과 구두전달에만 의존하면 그 사람이 자리를 비우는 순간 지식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군 시절 교관·안전업무와 현재의 공공항공 경험을 연결하면, 기록과 교육이 어떻게 한 사람의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바꾸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산불진화 헬기는 왜 위험한가에서는 저고도·담수·연기·산악풍 등 비행현장의 물리적 위험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글은 그 위험을 보고한 이후라는 다른 단계에 집중합니다.
공중충돌 위험은 ‘조종사들이 알아서 볼 것’만으로 관리할 수 없다
ATSB 설문은 조종사들이 현장에서 다른 항공기의 위치와 고도, 전선 등의 장애물, 기상과 운항한계 정보를 더 잘 공유받고 싶다고 응답했음을 보여줍니다. 대형산불에서는 헬기의 저고도 반복작업과 고정익의 빠른 진입·투하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어 모든 항공기의 동일한 상황인식이 중요합니다.
현장에 관제탑이 없다고 해서 공역관리의 책임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행 전 브리핑에서의 임무구역·진입/이탈로·교신·항공기 식별, 현장 변경사항 전파, 상충되는 비행경로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한 항공기가 위험한 구름이나 바람을 보고했다면 그것은 그 조종사 개인의 경험담이 아니라 뒤따르는 항공기의 위험평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작동해야만 임무 중 발견된 정보가 공동의 안전여유로 바뀝니다.
좋은 보고문화는 ‘보고하세요’라는 구호보다 피드백으로 만들어진다
보고의 질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현장이 보고할 이유를 느껴야 합니다. 보고 후 아무런 설명이 오지 않으면 위험이 줄었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반대로 중요한 제보가 검토됐고 어떤 조치가 진행됐는지 알려주면 다음 보고의 신뢰가 생깁니다.
이 때문에 보고 건수만으로 안전을 평가하는 접근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보고 건수가 증가했다고 위험이 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보고가 줄었다고 무조건 안전해졌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조직이 새롭게 발견한 위험과 실제로 닫은 개선조치, 반복 발생한 위험, 전파된 교훈, 승무원들의 체감 신뢰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호주 NSW Rural Fire Service는 설문시점 이후 SMS 정비, 안전위원회와 보고체계 강화, Just Culture 원칙, 항공안전 인력, 훈련·브리핑·역량관리, 성과지표 도입 등을 추진했다고 ATSB에 설명했습니다. 이는 조사 이후 기관 측이 보고한 개선활동으로 소개해야 하며, ATSB가 모든 효과를 독립적으로 검증 완료했다는 뜻으로 쓰지 않아야 합니다.
군·경찰·소방항공에서 공통으로 적용해볼 7가지 질문
- 비행 중 위험을 발견했을 때 조종사는 누구에게, 어느 채널로 전달하는가?
- 임무기관과 항공운항 조직이 다르면 정보의 소유권과 후속조치 책임은 명확한가?
- 긴급 현장에서 비행 중단·임무거절 판단을 존중하는 절차가 있는가?
- 보고 후 피드백이 승무원과 지휘·정비·교육부서에 다시 전달되는가?
- 반복되는 위험은 다음 교육·시뮬레이터 시나리오·SOP 개정에 반영되는가?
- 다른 기종과 여러 기관이 함께 출동할 때 공역·기상·장애물 정보를 공유하는가?
- 사고가 없었다는 사실 외에, 위험을 얼마나 줄였는지를 판단할 지표가 있는가?
여기에는 정답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들을 정기적인 안전회의와 디브리핑에서 다루는 것만으로도 경험이 있는 조종사에게는 새로운 점검 기준이, 비전문가에게는 산불진화 항공조직이 왜 복잡한지 설명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CRM과 NTS의 다음 단계는 조직이 배우는 방식이다
CRM은 조종실의 협업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항공정비, 임무지시, 지상지원, 항공통제와 안전관리까지 포함하는 관계 속에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CRM 다음은 NTS다 글에서 개인과 승무원의 비기술적 역량을 설명했다면, 이번 ATSB 연구는 그 능력이 조직적 피드백과 만나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산불이 끝난 뒤 헬기가 안전하게 귀환했더라도 그날 발견된 위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음 산불현장에서 누군가 같은 위험에 직면하기 전에 공유되어야 합니다. 좋은 안전문화란 사고가 없다고 말하는 문화가 아니라, 위험을 말할 수 있고 그 말 때문에 실제로 무언가가 달라지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Make each second count
Captain Phil
독자가 자주 묻는 질문
ATSB는 산불진화 사고의 65%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나?
아닙니다. 조종사 설문에서 사고·준사고 경험과 보고 여부에 관한 개인별 응답이 달랐다는 뜻입니다. 실제 사건의 보고 누락률을 계산하는 사고통계가 아닙니다.
이 설문은 헬기 조종사만의 조사인가?
아닙니다. NAFC에 등록된 항공 산불진화 조종사 전반을 대상으로 하며, 헬기·고정익 등 다양한 형태의 임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소방항공에 같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나?
해당 설문만으로 국내 특정 기관의 안전문화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다만 기관 간 정보공유·임무 거절·위험보고 후 조치 확인 등 질문은 국내 안전관리에도 참고할 만합니다.
공식 출처 및 계속 확인할 사항
- ATSB AS-2021-015b — Analysis of aerial firefighting pilots’ survey responses regarding aviation safety (2026-10-21)
- ATSB AS-2021-015 Part A·Part C 및 종합 최종보고서 추후 공개 여부를 지속 확인해야 합니다. 본문은 2026년 10월 24일 재확인한 공개자료 기준입니다.
Ph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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