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 다음은 NTS다|호주 DASA가 Non-Technical Skills를 항공안전 규정으로 다루는 이유
CRM은 조종실 대화법만이 아니다. 호주 DASA의 NTS 규정은 상황인식, 의사결정, 스트레스·피로관리, 팀워크를 조직 전체의 안전역량으로 확장한다.

※ 본문은 공개된 공식자료와 필자의 군·경찰·소방항공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교육 관점에서 작성했으며, 특정 기관의 비공개 SOP·전술절차·제한치를 다루지 않습니다.
기량 좋은 조종사만 모으면 안전한 조직이 될까
항공훈련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기술이다. 이륙, 접근, 비상절차, 계기비행, 전술기동, 장비 운용처럼 눈에 보이고 평가하기 쉬운 항목들이 중심이 된다. 그래서 조종사가 숙련될수록 기술적 능력이 안전을 보장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고와 준사고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조종사의 기본 기량도 충분했는데도 상황인식을 잃거나, 잘못된 결정을 수정하지 못하거나, 동료의 경고를 무시하거나, 피로 때문에 판단력이 떨어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반복된다.
이 빈틈을 다루기 위해 발전한 것이 CRM이고, 호주 Defence Aviation Safety Authority, DASA는 한 걸음 더 나아가 Non-Technical Skills, NTS를 규정 체계 안에서 조직적으로 다루고 있다.
NTS는 CRM의 새 이름이 아니다
NTS는 단순히 CRM을 바꿔 부르는 표현이 아니다. DASA는 NTS를 복잡한 작업체계에서 신뢰성 있고 효과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human performance skills로 설명한다. 여기에는 상황인식, 의사결정, 의사소통, 리더십과 팀워크, 스트레스 관리, 피로관리, threat and error management, automation에 대한 이해가 포함된다.
CRM이 역사적으로 cockpit crew의 협업에서 출발했다면, NTS는 범위를 조직 전체로 넓힌다. 조종사뿐 아니라 다른 aircrew, aircraft controller, UAS crew, 감독자와 교육체계까지 같은 인간성능 위험을 관리하는 대상으로 본다.
이 점이 중요하다. 사고의 원인이 조종석 안의 한 문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지휘문화, 피로관리, 감독체계, 표준화, 보고문화에 흩어져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DASA가 NTS를 규정으로 다룬다는 것의 의미
DASA의 현행 DASR NTS는 조직이 NTS 관련 위험을 식별하고 관리하며, 이를 Flying Management System과 Safety Management System에 통합하도록 요구한다. 단발성 CRM 교육을 한 번 듣고 끝내는 방식과는 방향이 다르다.
교육도 지식 전달에만 머물지 않는다. 초기 knowledge-based training, continuation training, 실제 상황을 반영한 skills-based training과 평가를 포함한다. 사고·준사고, 다른 운용자의 사례,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을 교육 시나리오에 반영하도록 한다.
즉 NTS는 “좋은 태도를 가지자”는 캠페인이 아니다. 교육하고, 평가하고, 반복하고, 조직이 그 결과를 안전관리체계로 다시 가져가는 competency의 일부다.
왜 군항공에서 NTS가 더 중요할 수 있을까
군항공은 평시 운송만 수행하지 않는다. 야간, 저고도, 전술환경, 무장운용, 제한된 기상, 다수 항공기, 지상부대와의 협조처럼 복잡도가 높은 임무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술적 절차가 완벽해도 정보가 불완전하고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공격헬기나 다인승무원 헬기는 한 명이 모든 정보를 볼 수 없다. 조종사, 부조종사, 임무장비, 통신, 항법, 위협정보가 여러 사람과 시스템에 분산된다. 결국 누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공유하고, 언제 다른 사람의 판단에 개입할지가 안전을 좌우한다.
DASA가 NTS를 군항공의 핵심 안전역량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개인의 숙련도보다 팀이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이 더 큰 차이를 만들 때가 많다.
미 육군항공학교에서 배운 Two-Challenge Rule
미 육군항공학교에서 AH-64D AQC와 Instructor Pilot 과정을 받을 때 반복해서 강조된 것 중 하나가 Two-Challenge Rule이었다. 첫 번째 challenge에 반응이 없으면 두 번째로 다시 문제를 제기하고, 그래도 반응이 없으며 항공기 안전이 위협받는다면 필요한 개입을 한다는 원칙이다.
이 규칙의 핵심은 “부조종사가 기장에게 말할 수 있다”는 권한을 주는 데 있다. 위계가 강한 조직에서는 위험을 발견해도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편할 수 있다. 그러나 항공에서는 침묵이 곧 위험이 된다.
내가 교육 중에도 늘 강조했던 문장이 있다. “내가 교관이라고 해서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이상하거나 궁금하면 반드시 말해라.” 이것은 겸손을 위한 문장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시스템이다. 기존 글 Multi-Crew Mission과 CRM의 실제에서 다룬 Two-Challenge Rule도 결국 NTS의 communication과 teamwork를 행동으로 만든 예다.
좋은 CRM은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CRM 교육을 처음 접하면 “서로 많이 말하고 의견을 잘 나누자” 정도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 비행에서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말의 양이 아니라 정확성과 타이밍에 가깝다.
조종실이 바쁜 순간에는 긴 설명보다 짧고 표준화된 문장이 필요하다. “You have the controls.” “I have the controls.” “You have the controls.”와 같은 positive control transfer가 대표적이다. 누가 조종하고 있는지 모호하면 몇 초 안에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NTS 관점에서는 이 절차를 단순한 callout으로 보지 않는다. 업무분담, 상황인식, 권한이양, cross-monitoring을 동시에 지지하는 행동으로 본다.
상황인식은 “잘 보는 능력”보다 모델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능력이다
조종사가 계기를 보고 외부를 잘 본다고 해서 상황인식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보고 있는 정보가 전체 상황에서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고, 몇 초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야간 비행에서 고도를 낮추고 있던 중 교육대상 조종사가 이상을 지적해 즉시 조치했던 경험이 있다. 교관이라는 이유로 내 판단을 고집했다면 위험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반대로 다른 승무원이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종권과 상황을 재정리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NTS의 situation awareness는 개인의 시야를 넓히는 훈련이 아니라, 팀 전체가 서로 다른 정보를 하나의 mental model로 맞추는 과정이다.
의사결정은 정답 찾기가 아니라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항공에서 모든 결정에 완벽한 정보가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기상은 변하고, 임무요구는 바뀌고, 연료는 줄어들고, 환자상태나 지상상황도 계속 달라진다. 조종사는 제한된 시간 안에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좋은 의사결정은 처음부터 정답을 맞히는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빨리 알아차리고, 다른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고, 계획을 바꿀 수 있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
이 점에서 NTS는 기술적 숙련도와 다르다. 기술은 정해진 절차를 정확히 수행하는 능력을 평가하기 쉽지만, 의사결정은 상황이 달라질 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을 수정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피로관리는 개인 체력의 문제가 아니다
DASA NTS에는 stress와 fatigue management가 포함된다. 이것은 “조종사가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활습관 조언이 아니다. 피로가 인간의 판단과 반응속도, 주의집중,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직이 관리해야 하는 항공안전 위험이라는 의미다.
장거리 환자이송이나 야간 임무를 수행하면 비행시간이 같아도 피로의 질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야간에는 시각정보가 줄고, 계기와 NVG에 더 의존하게 되며, 임무 막바지에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때 “나는 경험이 많아서 괜찮다”는 생각은 방어선이 아니다. 오히려 승무원 상호감시, 적절한 임무분담, 중간 휴식, 계획 재평가가 더 중요해진다. NTS는 개인의 강인함보다 시스템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피로를 본다.
Automation이 늘어날수록 NTS는 더 중요해진다
현대 항공기는 autopilot, flight director, mission computer, digital map, sensor fusion 등 자동화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자동화는 workload를 줄여주지만 새로운 위험도 만든다. 모드 인식 오류, automation surprise, 과도한 의존, manual flying skill 저하가 대표적이다.
S-92 기종교육에서도 upper modes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동화가 내가 예상한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계속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했다. 자동화는 승무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승무원이 관리해야 할 또 하나의 팀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DASA NTS가 automation을 교육주제에 포함시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술이 좋아질수록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상태를 이해하고 오류를 발견하며 언제 개입할지 판단하는 쪽으로 바뀐다.
NTS는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팀워크가 좋다”, “상황인식이 좋다” 같은 평가는 너무 추상적이다. 규정과 교육체계에 넣으려면 관찰 가능한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정보를 적시에 공유했는지, 다른 승무원의 의견을 확인했는지, 변화된 상황에 맞춰 계획을 재평가했는지, 과부하가 발생했을 때 업무를 재분배했는지를 볼 수 있다.
교관의 역할도 달라진다. 비상절차를 맞게 수행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승무원이 어떻게 의사소통했고 어떤 단서로 상황을 판단했는지를 debrief해야 한다. 그래서 NTS trainer는 단순한 강사가 아니라 인간성능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종전환 훈련에 NTS를 어떻게 넣을 수 있을까
새 기종을 배우면 처음에는 계통과 제한치, checklist, 비상절차를 외우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실제 기종전환이 끝날 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새로운 항공기에서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이다.
예를 들어 simulator에서 engine failure를 넣는다면 단순히 procedure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비행을 유지했고 누가 checklist를 수행했는지, ATC와 어떻게 통신했는지, alternate를 언제 선택했는지, workload가 높아졌을 때 역할을 어떻게 재조정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이런 방식은 기존 글 새 헬리콥터 기종을 배우는 법의 다음 단계다. 계통도를 이해하고 절차를 기억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지식을 팀으로 운용하는 능력까지 연결해야 한다.
DASA의 접근에서 한국 공공항공이 참고할 점
우리나라 군·경찰·소방·산림·해경은 각 기관마다 임무와 조직문화가 다르다. 그래서 하나의 CRM 교육자료를 만들어 모든 조직에 동일하게 적용한다고 해서 같은 효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DASA는 NTS를 조직의 실제 운용환경과 역할에 맞게 contextualise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항공기라도 임무와 crew composition, operating environment가 다르면 NTS 위험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방항공은 산불, SAR, EMS, hoist처럼 임무전환이 빠르고 외부기관과의 협업이 많다. 경찰항공은 수색과 감시, 군항공은 전술과 전투임무가 중심이다. 각 조직이 실제 사고·준사고와 임무경험을 기반으로 NTS 교육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CRM 다음이 NTS인 이유
CRM은 여전히 중요하다. 오히려 NTS는 CRM을 없애는 개념이 아니라 그 철학을 조직 전체로 확장한다. 조종실에서 시작한 communication과 teamwork를 상황인식, 의사결정, 피로관리, 자동화, 훈련, 감독, 안전보증까지 연결한다.
DASA가 NTS를 규정으로 다루는 것은 “좋은 조종사는 태도가 좋아야 한다”는 윤리적 요구가 아니다. 인간은 실수하고 피로해지고 압박받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 뒤, 그 한계를 조직이 관리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결국 항공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실수했는가”가 아니라 “실수가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누가, 어떤 신호를 보고, 어떤 절차로 멈출 수 있었는가”다. NTS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려는 체계다.
CaptainPhil Lab에서 NTS를 다루는 이유
나는 군에서 다인승무원 공격헬기를 운용하고 교관으로 교육했으며, 이후 경찰과 소방항공에서 전혀 다른 임무환경을 경험했다. 기체와 조직은 달라졌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사고를 막는 마지막 방어선은 종종 checklist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누군가 이상함을 말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듣고, 필요하면 계획을 바꾸고, 조종권을 넘기고, 임무를 중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문화와 절차를 개인 성격에 맡기지 않고 반복 가능한 체계로 만드는 것이 CRM이고, 더 넓게 보면 NTS다.
관련해서 Multi-Crew Mission과 CRM의 실제, FAA Single-Pilot 정책 변화로 보는 Multi-Crew Safety, 호주 DASA로 보는 Military Airworthiness를 함께 보면 기술, 규정, 인간요인이 어떻게 하나의 항공안전 체계로 연결되는지 더 잘 보인다.
Make each second count
Captain Phil
공식 참고자료
- DASA – DASR NTS Non-Technical Skills
- DASA Newsbreaks
- DASA Aviation NTS Fundamentals Guidebook
- DASA Publications and Resources
Phi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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